이상하게 그린 초상화

자주 말하였지만, 사실 저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 그림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맞겠군요. 미술 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창피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소개를 할 때는,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실제로 출판 기획,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도 맞습니다. 이상한 그림이 분명합니다. 운 좋게 미국에서는 그것이 꽤 괜찮은 장점입니다. […]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내는 들리지 않았다. 카페, 높은 천장에 커피 원두 푸대 자루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지저분하게 때가 타서 장식용인지 진짜인지 구분 조차 할 수 없는 커피 자루를 올려다 본다. 설마 진짜 원두를 담아 매달아 놓은 건 아니겠지, 사내가 딴청을 피우는 것을 눈치챈 여자, 달아오른 볼이 더 붉게 물든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결국 […]

암호 도둑 – 에필로그

존 레이먼, 페이스북을 전혀 하지 않아, 쉽지 않다. 그래도 말리사가 받은 이메일이 있으니 손쉽게 그가 소규모 투자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냈다. 흔히 말하는 제2금융권? 보다 더욱 나쁜 사채업자라는 것도 확인, 그렇다면 수위가 제일 높은 응징으로. 그는 지금도 여러 가지 소송이 복합적으로 맞불려 있다. 인생 참 바쁘게 산다. 개인 파산 중이라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것으로 짐작하는데, […]

암호 도둑 – 하

아파트 세탁실에서 스콧 고메즈, 말리사의 현재 남편, 과 우연히 마주쳤다. 평일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 나는 재택 근무 중이었지만, 스콧은 그날 오프였는지 세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시끄럽죠?” 미안한 표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둘이 있는 세탁실이 무거웠는지 스콧이 먼저 내게 물었다. “아이들이잖아요.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내가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 합시다. 싸워봐야 좋아질게 없잖아요.” 전쟁 […]

암호 도둑 – 중

MAC 어드레스가 남을 테니, 다른 노트북이 필요했다. 중고시장에서 구형 노트북을 하나 구해왔다. 윈도 비스타, 그녀는 최초에 산 컴퓨터를 그대로 사용 중이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사진 관리 정도를 컴퓨터로 이용하고 있었다. 데스크톱은 늘 잠자기 모드로, 옛 기종이라 웹캠은 없었으니, 더는 볼게 없었다. 이제 뭐로 해코지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야후 메일, […]

암호 도둑 – 상

층간 소음.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이런 이유로 소소한 분쟁과 다툼이 종종 일어난다. 나에게도 새로운 이웃이 위층으로 이사 왔다. 어린아이가 하나? 아니면 둘? 굉장한 출연을 예고했다. 소음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던 시대에 만들어진 아파트, 관리 사무소도 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좋아진 건 없다. 뉴저지, 저지 시티. 오래된 도시. 아파트 역시 100년 같아 […]

사내들의 저녁식사 – 4

일국 제약을 처음 본 것은 5년 전, 정전 사고가 있었던 그 날이었다. 감사팀에 불려 가기 훨씬 전. 그러니까 ‘일국 제약’에 대해 모른다고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고객과의 일대일 대화 이벤트를 마치고, 다른 인턴 동료들과 호텔 행사장을 정리 한 후, 행사 차량으로 지원받은 승합차를 내가 직접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컴퓨터에서 당일 작업한 자료와 파일들을 […]

사내들의 저녁 식사 – 3

“혹시, 일국 제약이라고 들어 봤나요?” “아뇨, 처음 들어 보는데요?” 감사팀은 나를 불러 조사하였다. 일주일 동안 매일 불려 다녔다.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그들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나는 답을 했다. 같은 질문의 반복은 나의 실수를 유도 하기 위한 술책으로 느껴질 정도로 지루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들의 의심은 나를 불안하게 하였다. 아무래도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

사내들의 저녁 식사 -2

“일국 제약이라고 들어 봤어?” 재석과 나는 다른 테이블로 옮겼다. 다른 동기들은 술이 정도를 넘어섰는지 우리가 다른 테이블로 옮긴 것을 모르는 듯했다. “나는 어제 처음 들었는데, 뭔가 관련이 있어 보였거든.” 15년 전, 지금의 회사는 다른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동기들이 만든, 사적인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과는 다르게 인터넷 벤처 기업으로 성장하였고, 지금은 IT 분야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대기업 […]